산마루에 맺힌 눈물
소리꾼 북재
판소리
About
북채의 강렬한 타격과 소리꾼의 애절한 창법이 어우러진 정통 판소리 곡입니다. 아비의 죽음을 마주한 아들의 통곡과 인생의 허무함을 다룬 서사적인 가사가 멜리스마틱한 보컬과 극적인 진동으로 깊은 울림을 선사합니다.
Lyrics
어허, 얼씨구. 북채 끝에 실린 달빛이 굽이굽이 산마루를 넘어가니한바탕 소리로 맺힌 맺힌 가슴 풀어보자.
옛날 어느 깊은 산골에 늙은 아비와 아들이 살았는데, 아비는 눈이 멀어 앞을 못 보고 아들은 그저 산나물을 캐어 연명하더라. 하루는 아들이 장터에 나갔다가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게 되었는데, 제 처지는 곤궁하나 남들은 비단 옷에 기름진 음식을 먹으며 떵떵거리는 것을 보고는 그만 마음 한구석에 멍이 들었구나.
달이 뜨면 굽어보고 해가 뜨면 우러러도내 팔자는 어찌 이리 구름 속에 갇혔느냐산은 높고 골은 깊어 사람 사는 정은 멀고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산길을 오르내리네아비의 기침 소리 방안을 메우는데약 한 첩 지을 돈이 없어 하늘만 쳐다본다아이구, 답답한 내 신세야.
장터 사람 웃음소리 꽃잎처럼 흩날릴 때나는 어찌 가시덤불 헤치며 살아야 하나남들은 다들 제 짝 찾아 봄바람에 춤을 추고나는 홀로 늙은 아비 그림자만 쫓는구나어허, 인생이 덧없으니 구름이 머물다 가듯내 눈물도 강물이 되어 어디론가 흐르겠지.
아들이 돌아와 보니 아비는 이미 차가운 방바닥에 누워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더라. 아들이 울며불며 아비의 손을 잡으니, 아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기를 "얘야, 슬퍼 마라. 이 세상은 원래 나그네가 하룻밤 쉬어가는 주막과 같은 것, 너무 애달파하지 말거라." 하더니 이내 눈을 감는구나.
아이고, 아버님! 눈 감으시면 나는 이제 누구를 의지하고 삽니까! 하늘아 무심하구나, 땅아 어찌 이리 야속하냐!산천초목도 내 통곡 소리에 울음을 울고 바람마저 멈추어 서서 내 가슴을 치는구나통곡 소리 잦아드니 산 그림자 길어지고내 인생의 찬란하던 봄날은 어디로 숨었나!
다시 또 길을 떠나네, 텅 빈 가슴 안고서남은 생은 무엇으로 채우며 살아가야 하나꽃은 피고 지는데 사람 마음은 늙어가고세월은 멈추지 않고 저 강물로 흐르네얼씨구, 좋다. 슬픔도 내 팔자요, 기쁨도 내 팔자니흐르는 대로 살다가 바람처럼 흩어지리라.
북소리 둥둥, 내 마음도 둥둥.허허, 다 부질없는 것을.한바탕 울고 나니 산천이 고요하구나.그저 가던 길 묵묵히 걸어가 볼밖에.얼씨구, 좋다.
산마루에 맺힌 눈물
소리꾼 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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