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사슴의 은혜와 이별의 노래
Duration5:30

사슴의 은혜와 이별의 노래

소리꾼 산노루

판소리

About

깊은 산속 나무꾼과 사슴의 애틋한 인연을 담은 판소리 곡으로, 북소리(고수)의 절제된 타격감과 소리꾼의 드라마틱한 가창력이 돋보입니다. 아니리와 소리를 오가며 서사적인 감동을 극대화한 전통적인 구성의 작품입니다.

Lyrics

intro

어허, 얼씨구. 북소리 둥둥 울려 퍼지니 오늘 이 자리에 모인 관객들, 내 이야기 한 자락 들어나 보시오.

aniri

옛날, 아주 먼 옛날, 깊은 산골 마을에 마음씨 착한 나무꾼 하나가 살았더란다. 이 나무꾼이 어느 날, 땔감을 구하려 뒷산 고개를 넘다가 길가에 쓰러져 신음하는 늙은 사슴 한 마리를 발견했지 뭐야. 보아하니 다리에 화살이 박혀 피가 낭자한데, 그 눈망울이 어찌나 슬픈지 사람의 마음을 꿰뚫는 것 같았단 말이지. 나무꾼이 혀를 차며 말하기를, "저런, 저런, 저런 가련한 짐승 같으니라고."

sori

에헤라디야,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 데 없네. 굽이굽이 첩첩산중, 늙은 사슴 눈물 짓네. 화살 박힌 다리 위로 붉은 피가 흐르는데, 나무꾼의 손길 따라 사슴 숨이 돌아오네. 약초 찧어 바르고서 정성으로 보살피니, 깊은 산속 밤공기가 차갑게도 스쳐가네. 아이고, 데이고, 이 내 마음, 짐승인들 모르겠나. 은혜 갚을 날 기약하며 사슴은 길을 떠나네.

aniri

세월이 흘러 흘러, 그 나무꾼이 장가를 가려는데 중매쟁이 하나가 찾아와서 하는 말이, "어디서 왔는지 모를 아리따운 처녀가 하나 있는데, 글쎄 그 처녀가 당신 아니면 시집을 안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니 참으로 기이한 노릇이 아니냐!" 나무꾼은 얼떨결에 혼인을 하게 되었는데, 그 아내가 어찌나 살림을 잘하고 어진지, 마을 사람들이 모두 입을 모아 칭찬을 했더란다.

sori

금지옥엽 귀한 아내, 밤낮으로 일하더니 어느덧 삼 년 세월, 아이 하나 낳았구나. 옥 같은 자식 안고서 웃음꽃이 피어나니, 이보다 더 좋은 시절 다시 또 있을쏘냐. 둥둥둥 북소리에 내 마음도 둥둥 뜨고, 사랑하는 사람 곁에 세월 가는 줄 모르네. 어허, 좋구나, 지화자 좋다. 인생사 즐거움이 여기에 다 있구나.

climax

그때였네, 그때였어. 어느 날 갑자기 아내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하기를, "사실 저는 사람의 탈을 쓴 사슴이옵니다. 당신이 살려준 그 은혜 갚으려 인간 세상 왔건만, 이제는 하늘의 부름을 받아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구려." 하늘이 무너지는 듯, 땅이 꺼지는 듯! 나무꾼은 아내의 치맛자락 붙들고 통곡을 하니, 산천초목도 슬피 울고 구름마저 멈춰 서네. 아이고, 어이할꼬, 이 기막힌 운명을! 사슴은 간데없고 흩날리는 꽃잎만이 바람 타고 멀리멀리 사라져 가네.

outro

둥둥, 둥둥, 북소리 잦아드니 남은 것은 빈 들판의 쓸쓸한 바람뿐. 인연이란 이토록 짧고 덧없는 것인가. 그래도, 그래도 좋았더라. 그 짧은 꿈길을 지나 오늘 여기까지 왔으니, 허허, 인생은 나그네 길, 또다시 내일의 해가 뜨겠지. 얼씨구, 잘한다.

사슴의 은혜와 이별의 노래

소리꾼 산노루

P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