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의 길: 정 도령의 노래
서산 명창
판소리
About
북 장단과 어우러지는 명창의 애절한 목소리가 돋보이는 정통 판소리 곡입니다. 서사적인 아니리와 감정을 극대화하는 화려한 시김새의 소리가 어우러져 깊은 산골 선비의 고뇌와 결의를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Lyrics
얼씨구 좋다지화자 좋을시고천지신명은 감응하시고만물은 잠든 이 밤에한바탕 이야기를 풀어볼까 하노라
옛날 어느 깊은 산골,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가난한 선비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정 도령이라. 나이는 서른이 넘었으되, 과거 길은 멀고 집안 형편은 기울어, 매일같이 산에 올라 나무를 하며 늙으신 어머니의 끼니를 걱정했더라. 그러던 어느 날, 서쪽 하늘이 핏빛으로 물들고 까마귀 떼가 요란하게 울어대니, 이것이 장차 닥쳐올 운명의 전조인 줄 어찌 알았겠느냐.
산마루에 해는 지고 그림자는 길어지는데굽이굽이 산길 따라 지게 짊어진 저 발걸음어머니의 주름진 손 마디마디 서린 한을무슨 수로 다 씻어내리 무슨 수로 다 달래리까바람은 차갑게 뺨을 스치고나뭇가지는 앙상하게 울어대는데내 팔자야 내 신세야 하늘이 무심하구나가난한 선비의 옷소매에 이슬만 맺혀 흐르네
선비가 산을 내려와 보니, 웬 허름한 노파가 길가에 앉아 눈물을 훔치고 있거늘, 그 모양새가 하도 가련하여 선비가 묻기를, "어르신, 이 깊은 밤에 어찌하여 이곳에서 홀로 우시나이까?" 노파가 고개를 들어 선비를 바라보니, 그 눈빛이 번개와 같이 번쩍이며 말하기를, "나는 세상의 운명을 엮는 자라. 네 앞날에 커다란 파도가 칠 것이니, 지키겠느냐, 버리겠느냐?" 하더라.
운명이란 실타래는 누가 꼬아놓았나풀려다 엉키고 맺으려다 끊어지는 것어머니의 굽은 등은 세월의 짐이요내 앞의 가시밭길은 피할 수 없는 업보라지키리라, 끝까지 이 좁은 길을 가리라버리리라, 헛된 욕망과 썩어질 명예를비바람 몰아쳐도 꺾이지 않을 대나무처럼굳게 서서 하늘을 보리라
아이고, 데이고, 억울하고 분하구나하늘이 낸 사람이 어찌 이리도 고단한가가슴을 치고 통곡한들 돌아올 이 누구이며발을 굴러 땅을 친들 솟아날 구멍이 어디인가한 걸음에 천 리를 가고 싶으나발목 잡는 흙먼지만 자욱하구나보아라, 저 달이 기울어 다시 차오르듯내 인생의 한도 언젠가는 꽃으로 피어나리라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구나!
선비는 그 길로 산을 내려와, 묵묵히 제 갈 길을 갔더라. 그 뒤로 그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르나, 산마루에는 여전히 그가 짊어졌던 지게의 흔적이 남아있고, 바람이 불 때마다 그의 굳은 결의가 숲을 울린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니, 사람들은 이를 두고 '선비의 길'이라 부르더라.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니듣는 이의 마음마다 평안이 깃들기를달은 지고 별은 뜨고내일은 또 내일의 해가 솟으리라얼씨구, 좋다지화자, 좋을시고
선비의 길: 정 도령의 노래
서산 명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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