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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ration4:35

광대의 넋두리

산천소리꾼

판소리

About

숙련된 소리꾼의 애절한 창법과 북채가 가죽을 두드리는 강렬한 리듬이 어우러진 정통 판소리 곡입니다. 극적인 아니리와 굴곡진 시김새가 돋보이며, 잃어버린 임을 향한 그리움을 한국 전통의 한(恨)으로 승화시켰습니다.

Lyrics

intro

어허, 얼씨구. 북채 끝에 실린 달빛이 굽이굽이 산천을 돌아 오늘도 한 사람의 넋을 불러내니. 귀 기울여 보소.

aniri

옛날 어느 깊은 산골에, 이름 없는 광대가 살았더란다. 세상 사람들은 그를 보고 미친 놈이라 손가락질했으나, 그는 제 가슴 속에 품은 서러운 사연 하나를 평생토록 소리로 뱉어내며 살았으니. 그 사연인즉슨, 잃어버린 임을 향한 그리움이 마치 겨울 강물처럼 얼어붙어 봄이 와도 녹지를 않더라는 슬픈 이야기였다.

sori

강물은 제 갈 길을 가는데 내 마음은 어디에 머물러 있는가. 님 보낸 뒷모습에 가슴은 멍이 들고 그리움은 첩첩산중이라 어디를 가야 그대 닿을 수 있겠나. 바람아, 불어라. 내 울음소리 실어다 저 먼 곳까지 띄워 보내라. 꽃은 피었다가도 지는 것이라 하건만 우리네 인연은 지지도 않고 이리도 모질게 내 곁을 맴도는가.

sori

달아 달아, 밝은 달아. 내 마음을 알겠느냐. 님 떠난 빈자리에 서서 천 년을 기다린들 그대 올까. 눈물은 강이 되어 흐르고 한숨은 구름이 되어 떠가니 이 세상 한가운데 나 홀로 덩그러니 버려진 헌신짝처럼 구르는구나. 얼씨구, 좋다. 이놈의 팔자야, 어디 한번 더 꼬여보아라.

aniri

광대는 껄껄 웃었다. 웃음 소리가 숲을 울리고 짐승들도 숨을 죽였다. 슬픔이 극에 달하면 웃음이 된다더니, 그의 소리가 하늘 끝에 닿아 먹구름 사이로 한 줄기 빛이 내려왔다. 하지만 그는 알았다. 빛이 비추어도 임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그저 소리뿐, 남는 것은 텅 빈 허공뿐임을.

climax

아이고, 데이고!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져도 님 향한 이 마음은 굽힐 줄을 모르네. 한 서린 가슴을 쥐어짜서 피를 토하듯 불러보는 이 노래가 저승까지 닿아 임의 귀에 들린다면 내 죽어서라도 그대 곁에 머물리라. 가자, 가자, 어서 가자! 저승길이 멀다 한들 임 보러 가는 길보다 멀겠느냐!

sori

산 너머 산이요, 물 건너 물이로다. 님은 가고 나만 남아 바람 소리 벗을 삼아 오늘도 이 길을 걷네. 세월아, 세월아, 가지를 말아라. 내 청춘 다 가고 머리칼만 희어졌구나. 사랑도 덧없고 미움도 덧없으니 남은 것은 오직 이 소리뿐인가.

outro

다 부질없다, 다 부질없어. 북소리 잦아드니 밤도 깊었구나. 오늘도 이렇게 한 자락 털어내고 나는 다시 길을 떠나네. 어허, 얼씨구. 그리움도 소리가 되면 언젠가는 마르겠지. 그저, 그렇게.

광대의 넋두리

산천소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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