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가르는 굽이진 길
청산 윤도현
판소리
About
깊은 산골의 정취를 담아낸 판소리 곡으로, 강렬한 북소리와 소리꾼의 드라마틱한 창법이 어우러져 인생의 고뇌와 깨달음을 표현합니다. 절제된 아니리와 폭발적인 소리가 대비를 이루며 전통적인 한국의 미학을 고스란히 전달합니다.
Lyrics
어허, 세상사란 덧없고도 기구하구나.한바탕 맺힌 가슴 풀어내려니,귀 기울여 이 소리를 들어보시게.
옛날 어느 깊은 산골, 비바람 몰아치는 밤이었것다. 천하의 풍운아라 자처하던 사내가, 제 발로 제 무덤을 파는 줄도 모르고 길을 떠나는데, 하늘이 무심치 않아 천둥 번개로 앞길을 막아서니, 이 아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인가. 사내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것다.
바람은 칼날 되어 내 뺨을 후려치고구름은 짐승 되어 내 앞길을 가리는데갈 곳 잃은 나그네는 어디로 발을 뗄까천 리 길 멀다 하고 나선 길이었건만돌아보니 빈손이요 남은 건 상처뿐이라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가 이리도 박복한가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없고흐르는 물소리만 내 울음을 재촉하네달빛조차 숨어버린 이 깊은 밤중에누구를 탓하리요 내 팔자가 그러한 것을한 걸음 떼어놓고 뒤돌아보니지나온 세월이 눈물로 젖어드네
사내가 주저앉아 통곡을 하는데, 마침 지나가던 노인이 지팡이를 짚으며 허허 웃으며 말하기를, "이보게 젊은이, 인생이란 뜬구름 같은 것이거늘 무엇을 그리 애달파하는가. 가진 것이 없어야 채울 것도 있는 법이라네." 사내가 그 말을 듣고 보니, 마음 한구석에 맺혔던 응어리가 눈 녹듯 사라지는 듯도 하였것다.
노인의 그 말씀이 비수처럼 꽂히는데정신이 번쩍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니어느새 먹구름은 흩어지고 별빛이 비추누나슬픔도 내 것이요 기쁨도 내 것이니무엇을 쥐려 하고 무엇을 버리려 했나바람이 부는 대로 내 마음도 흘러가리
아아, 인생은 한바탕 꿈이로다!천지를 울리는 이 마음을 누가 알리솟구치는 한을 담아 목청껏 외쳐보니산이 울고 강이 웃고 온 세상이 화답하네더 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구나저 넓은 세상으로 다시 한번 나서보자!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처럼 살아가리거친 파도 몰아쳐도 돛을 펴고 나아가리오늘의 눈물은 내일의 웃음이 되리니지친 어깨 털어내고 다시 한번 일어서자어허라, 세상아, 내 이 기개를 보아라!
꿈에서 깨어보니 남은 건 고요뿐.길은 다시 이어지고, 사내는 뚜벅뚜벅 제 갈 길을 가누나.허허, 참으로 덧없고도 아름다운 것이 사람 사는 세상이로다.
바람을 가르는 굽이진 길
청산 윤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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