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나루터의 낡은 노젓기
Duration5:15

나루터의 낡은 노젓기

나루영감

Pansori

About

이 곡은 늙은 사공의 깊은 한과 인생의 덧없음을 담은 판소리 작품입니다. 북소리(puk)의 강렬한 리듬과 소리꾼의 극적인 바이브레이토, 그리고 서사적인 아니리가 어우러져 전통적인 한국의 정서를 강렬하게 전달합니다.

Lyrics

intro

어허, 얼씨구. 천지간에 맺힌 한이 구름 되어 흐르는데, 북소리 한번에 세상이 울고, 목소리 한번에 달빛이 꺾이누나.

aniri

옛날 어느 깊은 산골, 비바람 몰아치는 밤이었것다. 늙은 사공 하나가 나루터에 앉아 낡은 노를 저으려 하니, 지나가는 나그네가 묻기를, "영감님, 이 밤중에 누굴 기다리시오?" 하니 사공이 허허 웃으며 대답하되,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 젊은 날 잃어버린 그림자를 찾으러 나왔소." 하더라. 그 사연인즉슨 이러하니, 들어보시오.

sori

강물은 굽이쳐서 어디로 가는가떠나간 님 소식은 바람에 묻혔네가슴 속에 맺힌 정은 바위가 되어흐르는 물길마다 눈물만 고이네달아 달아 밝은 달아 구름 뒤에 숨지 마라내 님 가신 길목마다 한 번만 비춰다오세월은 덧없이 흘러가건만기다림은 닻을 내려 떠나질 않네

sori

굽이굽이 산길 따라 돌아가 보면꽃잎은 지고 지어 흙으로 돌아가고내 마음 한 조각도 갈 곳을 잃어허공에 흩어지는 연기가 되었네어화둥둥 내 사랑아 어디쯤 계신가천 리 길도 멀다 않고 쫓아가고 싶지만발끝에 채이는 건 돌멩이뿐이라한숨만 토해내어 강물을 채우네

aniri

나그네가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하니, 사람이란 것이 다 제 그림자를 쫓다가 늙어가는 존재가 아니겠느냐. 사공의 눈가에 주름이 깊게 패어, 마치 마른 논바닥 같구나. 그때 갑자기 강바람이 매섭게 불어오니, 사공이 삿갓을 고쳐 쓰고는 다시 노래를 시작하더라.

climax

아이고 데이고, 이 내 신세야!천지신명도 무심하시지가는 세월 붙잡을 길 없는데무엇을 더 바라고 여기 앉았는가님아, 님아, 부질없는 님아부서지는 파도 소리에 내 이름 부르지 마라차라리 저 강물에 몸을 던져물고기 되어 흘러나 가리라!얼씨구 좋다, 한 번 죽지 두 번 죽나!

sori

산은 높고 물은 깊어 건널 길 없으니마음의 문을 닫고 빗장을 걸어라꽃이 피면 지는 것이 세상의 이치요만나면 헤어지는 것이 인생의 섭리거늘무엇이 이토록 가슴을 치느냐

outro

강물은 말이 없이 저리로 흐르고사공의 등은 굽어 밤하늘을 닮았네북소리 잦아드니 적막만 남았구나허허, 다 부질없다. 다 부질없어.

나루터의 낡은 노젓기

나루영감

P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