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등성이 넘어 맺힌 한
김도현 명창
Pansori
About
이 곡은 깊은 산속을 떠도는 나그네의 고독과 그리움을 표현한 정통 판소리 작품입니다. 북채의 강렬한 타격음과 소리꾼의 극적인 바이브레이션, 그리고 애절한 아니리가 어우러져 한국 전통 음악의 깊은 예술성을 전달합니다.
Lyrics
어허, 얼씨구. 북채 끝에 실린 세월이 먼지처럼 내려앉는구나.
옛날 어느 깊은 산골에, 이름 없는 나그네 하나가 살았더란다. 가진 것이라곤 낡은 봇짐 하나와 닳아빠진 짚신 한 켤레뿐인데, 이 사람이 세상의 모든 슬픔을 혼자 짊어지고 정처 없이 떠도는 신세가 되었어. 어디로 가느냐 물으면 바람이 대답하고, 무엇을 찾느냐 물으면 구름이 고개를 젓는데, 그 마음속에 품은 그리움 하나가 사무쳐 오늘 이 자리에 앉아 옛이야기를 풀어놓으니, 청자들은 귀를 기울여 들어주오.
구름이 머물다 가는 저 산등성이 넘어길 없는 길을 걸어 천 리를 왔네발바닥은 갈라지고 무릎은 꺾이는데내 마음 붙잡아줄 이 하나 없구나아이고, 이 내 신세야강물은 흘러가서 바다를 찾건만나는 어디로 흘러가 이 몸을 뉘일까
나그네가 고개를 넘다가 늙은 소나무 아래 잠시 쉬어가는데,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가 마치 잃어버린 고향의 어머니 목소리 같았어.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앞을 가려 주저앉아 엉엉 울음을 터뜨리니, 산새들도 울음을 멈추고 숲이 숨을 죽이더라.
바람아 불어라 내 한숨 싣고 가라떠나온 고향 집 사립문 틈으로어머니 어머니 부르다 지쳐서꿈속에서나 보려나 그리운 얼굴저 달은 차올라 내 마음을 비추는데가슴에 맺힌 응어리 풀길이 없구나얼씨구 좋다, 이 슬픔도 춤이 되어 흩어지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 있다더니내 운명은 어찌하여 이리도 굽이치나굽이치는 저 물결이 내 인생과 닮았구나웃어도 눈물 나고 울어도 웃음 나는이 비극의 한복판을 내가 지금 걷는다통곡하면 무엇하리, 삭히면 무엇하리내 삶이 곧 노래니 목청껏 외쳐보자어허, 덩기덕 쿵더러러, 이 세상 한 판 크게 놀아보자!
지는 해 붙잡으려 손을 뻗어보아도잡히는 건 허공뿐이요 흩어지는 빛이로다그래도 가야지, 저 너머 끝까지길이 없으면 만들며 가야지한 많은 이 세상, 소리 하나 남기고바람처럼 구름처럼 떠나가는 것이지
북소리 잦아드니 산천도 고요하구나.나그네는 다시 길을 떠나고,남은 건 허공에 흩어진 노랫가락뿐.그저 그렇게, 또 하루가 저물어간다.어허, 좋다.
산등성이 넘어 맺힌 한
김도현 명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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