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루 정자의 맺힌 한
청송 가객
판소리
About
깊은 산속 정자에서 나그네가 겪는 인생의 허무와 해탈을 담은 판소리 곡입니다. 북소리의 묵직한 울림과 소리꾼의 극적인 바이브레이션, 그리고 서사적인 아니리가 어우러져 전통적인 한국의 정서를 강렬하게 표현합니다.
Lyrics
얼씨구 좋다지화자 좋구나한바탕 풀어내어 맺힌 가슴 씻어보자
옛날 어느 깊은 산골에, 이름 없는 나그네 하나가 정처 없이 떠돌았제. 배는 고프고 날은 저물어, 눈앞이 캄캄한데 어디선가 은은한 달빛이 길을 비추거든. 그 길 끝에 다다르니 낡은 정자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는데, 그곳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가 예사롭지 않았단 말이여.
달빛도 숨을 죽인 깊은 밤중에어디서 들려오나 서러운 곡소리바람은 옷깃을 흔들며 지나가고낙엽은 덧없이 흙먼지 덮이는데님 떠난 빈자리엔 찬 서리만 가득하구나천 리 길 멀다 하고 쫓아온 마음은갈 곳을 잃어버려 허공에 흩어지고하늘도 무심하게 구름만 띄우네
님아 님아 내 님아오지 못할 길인가 돌아오지 못하나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고흐르는 저 물결도 내 눈물 닮았구나억장이 무너져 내 가슴은 타들어가고한 올 한 올 풀어보는 이 내 신세가길 잃은 나비 되어 꽃 찾아 헤매누나
나그네가 그 소리에 홀려 정자 계단에 걸터앉으니, 문득 잊고 살았던 지난날의 인연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것이라. 세상살이가 다 무엇인가. 높은 벼슬도, 쌓아둔 재물도, 다 한 줌의 연기 같은 것을. 오직 남은 것은 텅 빈 마음뿐인데, 나그네는 그만 툭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지.
허허허 허허허세상사 다 부질없고 뜬구름 같은 것을무엇을 쥐려 하고 무엇을 울려 하나어차피 한 세상 왔다 가는 나그네라웃어도 하루요 울어도 하루인데꽃은 피었다 지고 달은 찼다 기울건만내 마음 고쳐먹어 둥글게 살아가세
가자 가자 어서 가자구름 따라 바람 따라 어디든 가보자맺힌 한을 풀어내어 강물에 띄우고슬픔일랑 저 산 너머 구름에 묻어두고얼씨구 절씨구 춤을 추며 나아가자천지 만물이 모두 다 내 벗이니두려울 것 하나 없고 막힐 것도 없구나덩기덕 쿵더러러 쿵쿵따 지화자 좋을시고!
달빛은 밝아오고 길은 다시 열리네어제는 어제일 뿐 오늘은 새날이라허허 웃으며 발길을 돌리니바람이 내 등 뒤를 다독여 주는구나좋구나 좋아다 좋다
산마루 정자의 맺힌 한
청송 가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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