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바람의 노래: 노인의 한
소리꾼 김명준
판소리
About
깊은 산골 노인의 애달픈 삶을 담은 정통 판소리 곡으로, 소리꾼의 드라마틱한 창법과 북잡이의 강렬한 추임새가 어우러진 작품입니다. 구슬픈 아니리와 격정적인 소리가 교차하며 한국 전통의 한(恨)과 삶의 이치를 깊이 있게 표현합니다.
Lyrics
옛날 어느 깊은 산골, 홀로 남은 노인이 살았더란다. 자식들은 다 떠나고, 굽은 허리에 세월만 짊어진 채, 그저 산 너머 구름만 바라보며 하루를 보냈지. 어느 날 밤, 달빛이 유난히 밝은데, 문득 창밖에서 들리는 바람 소리가 마치 잃어버린 자식의 울음소리 같아, 노인은 붓을 들어 낡은 종이 위에 한 줄 한 줄 사연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으니, 그 마음이 어찌나 애달팠던지 밤새도록 촛불이 녹아내리는 줄도 몰랐다더라.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고굽이굽이 첩첩산중 구름만 흘러가네어제 본 저 달이 오늘 또 뜨건마는내 품에 안긴 정든 님은 소식조차 아득하네강물은 말없이 흘러 바다로 가려는데이 내 몸은 갈 곳 몰라 서성대며 울고 있네
둥 둥 덩 더 쿵덩 기덕 쿵 더 쿵얼씨구 좋다잘한다
봄바람 살랑 불어 꽃잎이 흩날리면그 옛날 아이들 웃음소리 귓가에 맴도는데방안 가득 먼지 쌓인 낡은 신발 한 켤레주인 잃은 빈자리가 가슴을 짓누르네지는 해를 붙들고서 하소연을 해보아도무심한 저 산새는 제 갈 길만 바쁘구나
둥 덩 쿵 덩기덕 쿵 덩좋지
아이고 데이고 내 팔자야하늘이 무심하고 땅이 꺼질 일 아니냐자식 놈 길러내어 세상에 내보냈더니금의환향 기다림은 헛된 꿈이 되었구나천 길 낭떠러지 위에서 외치는 이 가슴을누가 알아주랴 누가 달래어 주랴통곡 소리 메아리쳐 산등성이를 넘어가니바람도 멈추고 달빛도 숨을 죽여천지가 다 슬퍼하네
덩 기덕 쿵 더 쿵덩 쿵 덩 쿵얼쑤
그래도 살아야지 남은 목숨 이어가야지다시 뜰에 나가 씨앗 하나 심어보리내일 아침 돋는 해가 다시 비를 내리면꽃은 피고 잎은 져서 순환을 하겠지슬픔도 덧없고 기쁨도 덧없으니그저 흐르는 물처럼 묵묵히 살아가리라
그렇게 노인은 다시 괭이를 들고 밭으로 나갔다네. 흙을 일구고 씨를 뿌리는 그 손길에 맺힌 것은 한이 아니라, 맺고 풀고 다시 맺는 우리네 삶의 이치였겠지.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비가 오면 오는 대로, 그렇게 한 생을 다하고서야 비로소 노인은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긴 잠에 들었다더라. 참으로 덧없고도 질긴 것이 인생이라, 오늘도 산바람은 그 자리를 맴돌며 흩어진 노래를 다시 잇고 있구나.
산바람의 노래: 노인의 한
소리꾼 김명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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