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와 나무꾼의 한
명창 박소리
판소리
About
북 장단과 어우러지는 애절한 소리와 아니리가 돋보이는 정통 판소리 곡입니다. 나무꾼의 기구한 운명과 선녀를 향한 그리움을 극적인 바이브레이션과 함께 깊이 있게 담아냈습니다.
Lyrics
옛날 어느 깊은 산골에, 마음씨 착한 나무꾼 하나 살았더랬지. 하루는 나무를 하러 깊은 골짜기에 들어갔다가, 웬 사슴 한 마리가 화살을 맞아 헐떡이는 걸 보았단 말이지. 그 눈망울이 어찌나 애처로운지, 나무꾼이 그만 사슴을 숨겨주었겠다. 그 뒤로 벌어진 기막힌 일들을 한번 들어보게나.
굽이굽이 산길 따라 바람조차 쉬어가고나뭇가지 흔들리며 긴 한숨을 내뱉는데화살 꽂힌 짐승 하나 가쁜 숨을 몰아쉬며나무꾼의 옷자락을 애처로이 당기누나불쌍하다 저 짐승아 내 어찌 너를 외면하랴나뭇잎을 걷어내고 덤불 속에 숨겨주니목숨 건진 사슴 놈이 은혜를 어찌 갚을까하늘 아래 맺은 인연 훗날을 기약하네
둥덩 둥덩 덩덕 쿵기운차게 뻗어라둥덩 둥덩 덩덕 쿵인연은 돌고 돌아라
나무꾼의 외로운 밤 달빛만이 창을 넘고짝 잃은 기러기 소리 가슴을 저미는데사슴이 일러준 말 한마디 귀에 쟁쟁하네폭포 아래 맑은 물에 선녀들이 내려오니날개옷을 감추어라 평생의 짝을 찾으리라떨리는 손 움켜쥐고 바위 뒤에 숨었더니무지개 빛 구름 타고 비단 치마 휘날리며옥 같은 선녀들이 강물에 몸을 씻네
덩 덩 쿵 덩물소리도 잦아들고덩 덩 쿵 덩운명의 실타래 풀리누나
아이고 데리고 가야지 내 사람을 만들어야지심장이 쿵쾅대어 천둥소리 들릴 적에날개옷 하나 낚아채어 품속 깊이 숨겼으니선녀들의 놀란 비명 구름 끝에 흩어지고하늘 문은 닫히는데 갈 곳 없는 저 여인아내 손을 잡으시오 갈 곳 없는 나그네여울며 겨자 먹기로 맺은 인연 기구하다눈물 젖은 밥상머리 정은 쌓여 가건만은가슴 속 깊은 곳에 그리움만 사무치네
아이 둘을 낳았어도 하늘 길은 멀기만 해선녀의 눈물방울 진주 되어 굴러가고나무꾼의 한숨 소리 산천초목 흔드는데어느 날 문득 틈을 타 날개옷을 찾았으니품에 안은 아이들은 뒷전으로 밀려나고하늘 높이 솟구치는 저 그림자 바라보며통곡을 한들 무엇하리 흩어진 구름 조각바람조차 야속하게 빈 산골을 맴도누나
덩 덩 쿵 덩허망하다 인생사여덩 덩 쿵 덩맺고 끊는 하늘 뜻이여
그리하여 나무꾼은 평생을 두레박질하며 살았다는구나. 하늘을 향해 목을 빼고 기다려 보아도, 구름만 오락가락할 뿐 선녀는 다시 내려오지 않았지. 세상사 맺고 끊음이 다 제 마음 같지 않은 법, 그저 바람 부는 대로, 물 흐르는 대로 사는 것이 인생이라. 오늘 이 이야기가 여러분의 마음속에 작은 파동이라도 일으켰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지.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선녀와 나무꾼의 한
명창 박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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