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의 눈물과 부자의 곳간
소리꾼 길손
판소리
About
깊은 울림의 소리꾼이 북 장단에 맞춰 인생의 희로애락을 노래하는 정통 판소리 곡입니다. 드라마틱한 창법과 아니리, 그리고 고수의 추임새가 어우러져 전통적인 한국의 서사적 감동을 깊이 있게 전달합니다.
Lyrics
옛날 어느 깊은 산골에, 욕심 많은 부자가 살았는데 그 마음이 어찌나 굽었는지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않을 세상이라. 하루는 길을 잃은 나그네가 문전박대를 당하고 돌아서는데, 그 뒷모습이 서러워 하늘도 울고 땅도 울더라. 내 이제 그 기구한 운명의 실타래를 풀어볼까 하니, 북채를 잡은 고수는 얼씨구 좋구나 추임새 한 번 넣어주게나.
바람은 불어와 산허리를 감고 도는데갈 곳 없는 나그네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구나대문 앞 굳게 닫힌 빗장은 철옹성 같아인정머리 없는 세상사 야속하기 그지없네천둥소리 요란하게 산천을 뒤흔드니비바람에 젖은 몸은 갈 곳을 잃었구나어허 어허 어허허허이 내 몸이 뉘 죄로 이리 떠도느냐
둥 둥 둥 둥얼씨구좋다잘한다
부자의 곳간에는 금은보화 쌓였건만마음의 곳간에는 정 하나 없구나가난한 이의 눈물은 강물이 되어 흐르고부자의 웃음소리는 담장을 넘어 흩어지네꽃은 피어 향기로운데 나그네는 굶주리고달은 차올라 밝은데 갈 길은 아득하구나어허 어허 어허허허세상 인심 박절함이 추운 겨울보다 더하네
아이고 데이고 아이고 데이고하늘이 무심하고 땅이 꺼질 노릇이로다가진 자는 더 가지려 눈을 부릅뜨고없는 자는 뺏기지 않으려 가슴을 치누나저기 저 구름 속에 숨은 달님아내 마음을 알겠느냐 내 설움을 알겠느냐몰아치는 비바람에 꺾일 듯이 흔들려도내 굽히지 않으리라 이 험한 세상 끝까지어기야 디야 어기야 디야한바탕 울고 나니 가슴이 뻥 뚫리는구나
덩 덩 쿵 따얼씨구 좋다암 그렇고말고잘한다
밤은 깊어 고요한데 별빛만 처량하고나그네의 그림자는 길게 늘어져 누웠네내일은 또 어떤 해가 저 산을 넘어올지운명에 몸을 맡겨 정처 없이 떠나리라흐르는 물을 보고 세월을 탓하지 마라떠도는 구름 보고 정착을 꿈꾸지 마라어허 어허 어허허허인생이란 결국 한바탕 꿈속의 나들이라
그리하여 나그네는 지팡이 하나에 의지하여 새벽 서리 밟으며 길을 떠났고, 욕심 많은 부자는 제 욕심에 눈이 멀어 그날 밤 곳간에 불이 났다는 소문이 돌더라. 세상일이란 돌고 도는 물레방아 같아서, 오늘 내가 뱉은 말이 내일의 나를 찌르는 법. 고수님, 오늘 이 판이 아주 신명 났으니, 우리네 인생사도 이같이 한바탕 크게 웃고 털어버립시다. 얼씨구!
나그네의 눈물과 부자의 곳간
소리꾼 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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